안녕하세요 :-)
이번 주 주제는 '나의 첫 경험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다른 분들의 여러 첫 경험에 대해 읽는 재미가 있네요
내 인생의 가장 기억에 남는 '첫' '나 홀로' '해외' '여행'

지금으로부터 6년전,
겁도 없이 나는 혼자 캐리어를 들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해외는 가봤지만 혼자는 처음이었다.
세상이 흉흉해서 혼자는 안된다는 부모님의 만류와
내가 10일씩이나 부재하면 불편할 직장 내 나의 자리 등
내가 혼자 그렇게 길게 떠나면 안 될 이유들이 많았지만
나는 꼭 가고 싶었고 심플하게 '행동'했다.

하필 내가 출국하는 날엔 폭설이 내렸고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눈이 10cm은 쌓인 거리를
내 몸통만 한 캐리어를 들고뛰어 간신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장장 14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낯선 이국의 땅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 처음 내려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나 진짜 혼자구나'라는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
그렇지만 내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한국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무조건 앞으로 가야 했다.
공항을 벗어나 예약한 숙소를 찾기 위해 핸드폰에 저장한 지도를 가이드 삼아
그 추운 마드리드 광장을 캐리어를 끌고 걸어갔다.
옷과 목도리로 꽁꽁 싸맨 작은 동양인 여자애는 그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광장을 느낄 새도 없었다.
깜깜해서 무서웠고 오늘 숙소를 못 찾으면 난 여기서 얼어 죽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USIM도 없이 여행을 했다.)
다행히 조금 헤맨 뒤 내가 예약한 한인민박을 찾았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주인 사장님이 진짜 반가웠다.
유럽식 숙소는 낯설었지만 일단은 내가 따뜻하게 몸을 뉘 일 곳이 있다는 게 그렇게 기뻤다.

그렇게 시작한 내 첫 해외여행은
준비라고 열심히 읽었던 가이드 책은 쓸모없이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추천해준 코스로 채워졌고
유명한 관광지를 갔지만 그리 큰 감흥은 느끼지 못했으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알게 된 따뜻한 핫초코나 뱅쇼의 맛에 빠진
편안한 시간 죽이기 었다.
스페인도 한겨울이었기 때문에 관광지에 힘들게 도착하면 추위에 몸을 오들오들 떨어야 했고
처음엔 그 예술성에 놀라지만 결국 금방 지쳐 나중엔 감동도 사라졌다.

스페인에서의 나의 10일은
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떠날 땐 내 일상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무조건 떠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SNS나 TV에서 보던 것처럼 떠나면 우아하게 여행을 즐기고 비포선셋 같은 일도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떠나오니 나는 너무 한국이 그리웠다.
내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너무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쏟고 살았구나'
'나는 진짜 사랑받는 사람이었구나'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내 첫 홀로 해외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엄청난 모험이 있거나 멋도 없이 조금은 허무하게..
하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다시 잘 살 수 있게 초석을 다지게 해 준 느낌.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
알고 보니 나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처음이란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완벽하진 않은데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12월이 되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 추웠던 겨울, 어이없던 실수들, 따뜻하게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
한 번씩 내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을 때
혼자 어디론가 떠나곤 한다.
그때와 같진 않지만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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