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공간
요즘은 참 출근하면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뿐인 나날들이다.
출근하자마자 나의 개인적 공간을 침해받는 좁은 사무실 안에서 내 상사와 같이 있어야 한다.
심지어 상사는 사무실 가장 안쪽에라도 있지 내 자리는 상사가 오고 가면서 내가 뭐 하는지 다 볼 수 있는 통로에 오픈되어 있다.
상사는 초반에는 조금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것 같더니 지금은 뭐든지 간섭하시느라.. 힘들다.
본의 아니게 상사의 통화를 듣게 되는 것도, 본인은 일하는데 너는 지금 멍 때리고 있냐는 눈초리도 굉장히 불편하다.
사사 건건으로 자리로 와서 페이퍼를 던져놓고 간다.
사무실 이전하기 전에는 내 일을 하면서 그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봤는데, 지금은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하고 핸드폰 보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사람 간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에드워드 홀(문화 인류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누구나 심리적으로 타인의 침입을 거부하는 개인적 공간이 있다"
개인적 공간은 상대방과의 친밀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한다.
(친밀한 공간, 개인적 공간, 사회적 공간, 공적 공간)
친밀한 공간은 46cm으로 가족과 연인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개인적 공간은 1.2m로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거리
사회적 공간은 3.6m로 면접, 쇼핑 등에 적용
공적 공간은 7.6m로 강의, 강연 등 공적 거리를 의미한다.
사람에 따라 또는 문화권에 따라 좁은 공간에서의 어울림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고 개인적 공간이 확보돼야 편안한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는 타인과 일정 수준 이상 떨어져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만났을 때 껴안거나 얼굴을 맞대서 인사하는 것과는 다르게 한국인들은 악수를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쉽다.
요즘에 내가 불안한 이유는 나의 공간을 침범당해서가 확실하다.
친밀하지도 않은 관계의 사람과 50cm의 거리로 생활하고 있다니 나의 스트레스가 극심한 것은 당연하다.
적어도 사회적 공간은 유지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사님?
어디 관련 규정이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 싶다.